H-스토리

넓은 세상, 수많은 경계를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 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여정

현대코퍼레이션 정몽혁 특명 “멀티태스킹 상사맨 키워라”

2022. 02. 22

– 재무·M&A·기업 분석 과정 도입, 10년 뒤 회사 이끌 신사업 발굴 목표… 30대 직원도 해외 법인장 파견 –

 

“과거의 종합상사는 트레이딩만 잘해도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올해부터 인재 육성에 더 많이 투자하겠습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011760)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기존 트레이딩(중계 무역) 일변도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처럼 스스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창립 45주년 만에 현대종합상사에서 ‘상사’를 떼고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것도 ‘종합사업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재무·회계·인수합병(M&A)·빅데이터 분석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이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오는 3월 이른바 ‘H.I-Lab(Hyundai Innovation Lab)’이란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한다. 직원들이 스마트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신기술, 라이프 커머스 등 성장이 유망한 사업과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대, KAIST,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외부 전문가와 함께 신사업 연구 보고서도 만들어 오는 10월 정 회장 등 경영진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신사업을 찾아낸 뒤, 실제로 추진하고 관리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진다. 우선 사원~매니저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재무·회계 교육 과정을 도입해 기업 및 사업 타당성 분석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후 기업가치평가 전문가, M&A 마스터, 빅데이터 애널리스트 과정을 통해 심층적인 신규 사업 투자 분석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작은 사업이라도 잘 성장시킨다면 10년 뒤 회사를 이끄는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 회장의 판단”이라며 “지금도 연간 교육시간이 전체 근무시간의 17.1%에 달할 정도로 임직원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구글에서 근무 시간의 20%를 업무 외 창의적인 일에 쓰도록 장려하는 ‘20% 룰(Rule)’처럼 장기적으로 현대코퍼레이션만의 ‘20% 룰’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사업 아이디어와 이해도가 좋다면 30대 대리급 직원이라도 해외 법인장·지사장으로 파견하고 있다. 통상 일반 기업들이 해외 법인장으로 40~50대 베테랑 간부를 파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젊은 직원들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도전적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8년 국내 농업회사법인 그린합명회사와 함께 ‘스미시머시룸홀딩스’란 이름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주에 버섯 재배 농장을 세웠다.

 

현재 영국의 버섯 생산·유통법인 ‘스미스머시룸홀딩스’ 법인장은 1984년생 김충기 매니저가 맡고 있다. 그는 입사 5년 차인 2019년 해외 법인장이 된 뒤 500만파운드(80억원)였던 매출을 2년 만에 1000만파운드까지 키웠다. 같은 해 캄보디아 법인장으로 파견된 1985년생 신동진 책임매니저도 매출을 440만달러(53억원)에서 1500만달러로 확대했다. 이들을 포함해 그룹 내 해외 법인장·지사장 47명 가운데 17명(36%)이 1980~1990년대생이다.

 

정 회장이 직원들에게 신사업 도전을 주문하는 것은 외연 확대를 위해서다. 종합상사 본업인 트레이딩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신기인터모빌 인수를 추진하고, 러시아에 자동차 부품용 플라스틱 사출 공장을 짓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올해 동남아 전기버스 운영사업, 일본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 사업, 북미 제설제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계속해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22일 조선비즈